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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1

나는 인턴이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직을 서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 환자 보호자가 사왔다는 붕어빵을 하나 얻어먹으면서 병동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들과 크리스마스 꾸밈용 반짝이를 보자니 조금 센치한 마음도 든다. 종교를 넘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휴일이라니. 아, 이번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던데, 어차피 병원 밖을 나갈일이 없어 나는 상관 없다. 제발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고요한 밤이 되었으면, 새벽에 두세시간 단잠을 방해받지 않고 깔끔하게 내일 아침 알람에 맞추어 일어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게 산타의 선물이 될꺼라 중얼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 일이 빨리 끝난덕에, 인턴 생활이 무엇인지 설명해주고 싶어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물론,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수 차례, 인턴이 무엇인지..

잡담 2011.02.03

응급실 가기전에 보세요

혹시 응급실 진료를 받아 본적이 있다면, 그 불친절함과 장시간의 기다림과 번잡함과 복잡함 그리고,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에 많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는 의료진들도 그 불편함에 응급실을 지옥으로 묘사하는데, 환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몸도 아픈데, 나는 환자고 여기는 응급실인데,, 하는 생각에 화도나고 병원이고 의료진이고 모두 밉다. 게다가 주말이나 휴일에는 말그대로 응급실이 폭주한다. 평소에도 환자가 많아서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인데, 환자가 2~3배 늘어 나면 기다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 설연휴 응급 상황에 도움 되는 글 - 설 연휴 응급상황 대처법 (아주대학병원) - 풍성하고 건강한 설날 보내기 (아산병원) ▶ 설연휴 의료지원 및 응급실 안내에 도움 되는 글 - 설연휴 ..

잡담 2011.02.01

인턴 일기

시작할 때 이미 다짐 했었다. 신세한탄 하지 않기로,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기로, 굳세게 내가 받은 것들을 돌려주기로. 그래서 였는지, 간혹 오프가 되어 6시간의 자유를 허가 받으면, 잠깐 자유롭게 컴퓨터 앞에 앉더라도, 안부라도 한글자 써보고자 해도 쉽사리, 말머리를 꺼낼 수가 없었다. 말머리를 꺼내고 나면, 지금의 이 고통을 나만 경험하는 고통의 일부로 여길 것 같아서. 나보다 평생을 힘든 상황에서 버텨내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이걸 불평하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세뇌해 본다. 키보드를 눌려 몇 글자 마음을 토해내기 시작하면,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게 될까봐 두렵다. 인턴을 시작하고 한참동안이나 가족과도 이전의 친구들과의 연락도 되지 않자, 친구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살아 있냐?" 무슨 말을 해야..

병원 인턴, 삼신(三神)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어김없이 먹을 것을 향해 달려 들었다. "쌤 많이 드세요." 수간호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오뎅 한접시를 내민다. 역시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살짝 눈치를 본다. "아~, 원래 제가 군것질이나 이런거 별로 안먹는데요, 요즘에 이상하게 자꾸 먹을 것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멋쩍게 웃으면서,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아침 11시. 5시부터 빈속으로 일했는데, 배가 안고플리가 없다. 그래도 너무나 로딩이 많은 파트였기에 그런 변명도 생각나지 않는다. 엉덩이가 의자에 착륙하자마자 잠이들고, 먹을 것만 보면 달려든다. 머리를 씻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귀찮아서 오늘은 세수도 안했다. "괜찮아요. 쌤. 원래 인턴은 삼신(三神)이라 잖아요. 먹을 땐 식신(食神), 엉덩이만 붙이면 잠든다고 잠신 또.. 뭐더..

휴머노이드. 인턴.

막연히 의대를 들어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의사가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한과목의 전문과목을 가진 전문의가 되기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길다. 합해서 14년에서 16년 정도 걸리는 교육기간이 사람과 질병을 공부하기에 있어서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닐테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이 과정의 한가운데 있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쉽게 지나온 것만 같은 이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언제나 힘겹고, 버겁다는 것도 사실이다. ------------------------------------ 의대 예과 2년 or 일반 대학 4년 ------------------------------------ 의대 본과 4년 or(=) 의전원 4년 -------------------------------..

존경 - 외과 실습의 꽃 수술 스크럽

그래도 병원으로 "출근"인데 매일 아침 샤워까지는 안하더라도 최소한 자면서 뒤집어진 머리는 바로하고 출근하는게 예의 아니겠는가. 역시나 기숙사 샤워실은 아침에 무척 붐빈다. 급할 때는 누군가는 싱크대에서 머리를 감기도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게 바로 나였다. '어차피 아무도 음식 안해먹는걸' 하면서 속으로 합리화하면서 후다닥 씻는데 어느새 손을 스크럽하듯이 씻고 있다. 이제 외과 실습 6주차. 이놈의 조건반사. 아직 잠이 덜깬거다. 역시나 외과 실습의 메인은 수술 스크럽(수술보조?)이 아닐까 한다. 가끔은 각 수술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의 "손 닦고와" 혹은 "손 씻고와" 한마디에 인턴 선생님과 서브인턴의 표정이 바뀌기도 한다. 실제로는 서브인턴(PK)의 쓸모가 수술도구 Kim's(세계적 위암 수술의 대..

의과대학 서당개 3년 - 서브인턴을 아시나요?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 그 개는 분명 머리가 좋았나 보다. 본과 3학년, 5년째 의대를 다니는데, 아직 풍월은 커녕 교수님 질문에 쩔쩔 맨다. 어렴풋이, 아 이거 언젠가 공부했던 건데. 책장의 모습과 사진은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무슨 글자가 적혀있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마음 속으로 지나치게 나쁜 내 기억력을 탓하며, 한없이 작아진다. 고양이 앞의 생선 같은 기분이라 할까. 위기에 처하면 바퀴벌레는 아이큐가 순간적으로 수직상승하여 살길을 찾는다 했던 것 같은데, 교수님의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리가 굳어 버린다. 대답을 척척해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또 한번 초라해지는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의과대학 교육 과정 - 위키백과, 블로그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의과대학에 예과생으로 입학..

2008 의사 국가 고시 시험장 풍경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의 시험장에서 1월 9일, 1월 10일 양일간에 걸쳐서 2008년 의사 국가 고시가 치뤄 집니다. 자세한 일정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http://www.kuksiwon.or.kr)에 나와 있습니다. 저도 아침에 응원 겸 시험장 모습을 보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그럼 사진으로 보시죠. 6년간의 힘든 공부 끝에 치는 의사 국가 고시인 만큼, 걱정도 많이 되겠지요. 그래도 후배들이 있어서 조금 든든한 마음으로 시험 쳤으리라 생각됩니다. 1월 9일, 1월 10일 양일에 걸쳐서 치는 시험인 만큼, 힘내서 모두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잡담 2008.01.09

의사를 만나다 02 시골의사 박경철의 동행

시골의사 박경철 다른이들은 시골의사 박경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이는 유명한 주식 애널리스트로, 어떤이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으로, 어떤이는 경북안동의 외과의사로, 어떤이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부자경제학, 외과의사, 동행, 주식 애널리스트라는 단어들이 묘하게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서 앞에 시골의사라는 말만 붙이면 이건 뭔가 그림이 된다. 시골의사. 사실 나도 이분을 그냥 주식으로 대박난 운 좋고, 팔자피어서 귀향하여 여유를 즐기는 의사로 생각했다. 아니면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대박나고, 무엇을 하든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연예인같은 느낌? 이미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니 이것저것 손대보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시골의사의 부자..

의사를만나다 2007.09.23

의사를 만나다 01 서론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말이다. 왜 군사부일체라는 말을 꺼냈냐하면 유독 의사만 각종 '사'자 돌림 중에서 스승사 '師'자를 부여받았다. 판사(判事), 변호사(辯護士)는 일사, 혹은 선비사자를 사용하는데 의사만 스승이라 불린다. 그것도 모자라서 의사는 '의사선생님'으로 불리었었다. 10여년 전만해도 의사는 의사가 아니라 의사선생님이었는데, 어느샌가 의사가 되더니, 금새 의사새끼가 되더니, 이제는 신문지상에서 죄인으로도 찾아 볼 수 있는 직종이 되었다. 이미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의사는 사회의 암적 존재로 낙인찍혀있는 듯하다. 며칠전 2곳의 병원에 방화를 한 범인이 잡혔을 때 누리꾼들의 냉담한 반응이 바로 의사라는 존재가, 병원이라는 곳이 우리사회에서 외면 받고..

의사를만나다 20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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