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만나다

의사를 만나다 02 시골의사 박경철의 동행

GAP 2007. 9. 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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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

 다른이들은 시골의사 박경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이는 유명한 주식 애널리스트로, 어떤이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으로, 어떤이는 경북안동의 외과의사로, 어떤이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부자경제학, 외과의사, 동행, 주식 애널리스트라는 단어들이 묘하게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서 앞에 시골의사라는 말만 붙이면 이건 뭔가 그림이 된다.

 시골의사. 사실 나도 이분을 그냥 주식으로 대박난 운 좋고, 팔자피어서 귀향하여 여유를 즐기는 의사로 생각했다. 아니면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대박나고, 무엇을 하든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연예인같은 느낌? 이미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니 이것저것 손대보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프로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읽어보지 않았다. 사실 재태크나 주식에 대한 것은 조금 막연하다고나 할까. 케이블티비에서 패널로 나오시는 모습은 몇 번 보았다. 딱히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보지는 않고, 대박난 의사 정도로 생각했었다. 의업에 종사할것을 허락받았음에도 의업이 아닌 다른 돈놀이에 눈먼 속물정도로 보였다. 편견의 무서움이라할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권

 그러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게 되었다. 충격적이었고,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원래 글재주가 좋으신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시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는 동안 나는 몇번이고 내 감정을 토해냈고, 눈물을 쏟아냈다. 닭똥같은 눈물. 글 속 사연의 아픔에 대한 눈물이고, 이런 일들을 바라보는 시골의사의 안타까움에 대한 눈물이고,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눈물이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하도록하자.)

 동행을 읽고나서 기존의 '경제전문가 - 시골의사'라는 개념은 완전히 깨졌다. 삶과 죽음의 고리위에 서있는 의사의 숙명, 환자를 향한 그의 따스한 시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그의 끝없는 고민이 오로시 전달되었기에, 한번쯤 만나보았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우연한 기회에 시골의사의 강연회를 가보게 되었다. 청중은 의대생이었고, 강연회 제목도 '의대생을 위한 시간관리'같은 자기계발과 관련된 타이틀이었다. 뭐, 요즘 대세가 자기계발이나 재테크이고, 그런 대세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시골의사이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시골의사를 기다렸다. 앉아있는 청중들의 손에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들려있었다. 시골의사가 대중에게 보여지는 두가지 관점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맨

KBS - 카메라맨

 시골의사는 오지않고 난데없이 카메라가 들어왔다. 카메라를 점검하고, 무대를 확인하는 듯 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중이라고 했다. 역시 유명인은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잠깐, 사회자가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소개했고,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무대위로 올라왔다.
시골의사 - 박경철

시골의사 - 박경철

 이런저런 강연회에서 대부분의 발표자는 홈쇼핑 호스트처럼 목소리가 조금 크고 분명하다. 아무래도 청중의 귀에 자신의 말을 쏙쏙 집어넣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박경철씨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 작은 목소리로, 자분자분, 속사포처럼 단어를 쏟아내었다. 의대생을 상대로한 강연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는 선배가 되었고, 자기계발과 관련된 강의가 아니라 의사에 관한 이야기로 강연주제가 바뀌게 되었다.

 먼저 본인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요지는 자신은 이렇게 강단에 설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니고, 의과대학을 다닐때 한번도 중간을 넘어본적이 없었고, 매년 유급의 두려움속에 학교를 다니셨다고 한다. 그런 자신이 경제 전문가로 유명해져서 의사회에서도 "부자아빠, 부자의사"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한다고, 좀 아이러니 하지만,의사로서 강단에 서기보다는 경제전문가로서 강단에 서게된다고 하였다.
시골의사 - 박경철
--- 강의 내용을 좀 요약하자면,,

 과연 의사가 무엇일까? 의사는 사회사업가일까 도둑일까? 사실 이상적으로는 의사는 사회사업가이어야겠지만, 사실 의사는 현실적 존재이기에 사회사업가와 도둑의 사이에 존재하게 된다.
시골의사 - 박경철

의사? 사회사업가와 도둑의 사이에 존재

 그렇기에 의사는 의사로서의 정체성, 동기, 이상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행은 절망이지만 타인의 절망은 내 일상이 된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보호자이기도 하기에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절망으로 느낄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사'자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사는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1. 士 선비 사
 의사는 하나의 직업이고, 의사는 전문적 의료기술자, 즉 테크니션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회의 흐름이고 결코 나쁘지 않다. 환자와 의사는 돈과 의료서비스로 맺어진 계약관계이며, 의사는 하나의 서비스업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주류의 의사들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나역시 여기에 속한다.

2. 師 스승 사
 의사에게 스승이라 하는 것은, 의사 당신에게 우리가 심증적 존경을 하겠다, 그러니 환자-의사 돈을 주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달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이런 스승으로서의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의 수호자이고 숭고한 삶을 살아간다. 이런 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라.

3. 의사 - 새로운 산업의 중요 과학자
  지금 의사들은 의사라는 직업의 결정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100여년간 인류는 무서운 속도로 비가역적 산물-쓰레기를 만들어 내면서 과학과 기술을 발달시켜왔다. 찰리채플린의 영화-모던타임즈처럼 기계를 인간보다 위에 두고, 기계에 인간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제 2의 르네상스라 부를 수 있는 지금 기술은 '더 나은 인간의 삶'을 향해 가고 있다. 의사가 무엇인가, human mechanic, 사람을 공부하고 인간에 대해서 교육받는 직업이 아닌가. 국내 바이오벤쳐(Bio Venture)의 약 절반이 의사가 대표를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언젠가 한국을 이끌어 나갈, 미래의 삼성, 현대, 포스코가 될 것이다.

 자신은 어디에 속할 것인지 생각하길 바란다.
시골의사 박경철

의사?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의사들은 많이 욕먹고 있다. 한 5년전부터 의사로서 재미도 잃고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현실이다. 내일이면 의료법 때문에 데모를 하러간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시골의사 박경철

의사? 대표적 수구집단.

  잠깐, 여러분은 수구, 보수, 진보, 급진 중 어디에 속하나? 수구는 지금은 엉망이니 과거로 돌아가자하는 사람들이고, 보수는 고마 그냥 이대로 살자, 현실에 대충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이고, 진보는 좀 고치자, 이건 뭔가 아니잖아하는 사람들이고, 급진은 다 때려엎자, 새로 싹 만들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 손들어보자.
시골의사 박경철

시골의사 나는 진보다

  어느 사회에서나 의사들은 대표적인 수구집단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 유일하게 뛰어들지 않는 직업군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를 향한 시선들이 곱지 않다. "의사라는 놈들은 대개 돈만 아는 놈들.. 혹은 그런 놈들의 후예일 것이다."라는 시선으로 의사를 본다. 한번 잃어 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는 힘들다. 어쩌면 이것은 자업자득이다. 다만 선배의사로서 이런 편견을 넘겨주게 되어 미안하다.

  맹자의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형수가 우물에 빠지게 되었는데 너는 형수의 손을 잡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형수의 손을 잡는 것은 금기(?)에 해당한다.) 당연히 잡아서 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잡는 것이 당연하고, 누구든지 그렇게 할 것이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는 최선을 다한다. 의사들은 본질적으로 선하게 되어 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고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셔서 안동까지 찾아오신 한 감기 환자분이 계셨다. 나도 이렇게 따뜻한 명의에게 치료받고 싶다고 생각하셨다고. 하지만, 나에게 찾아와도 다른 의사랑 다를 것이 없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아, 음. 여기까지 오셨는데, 안동구경이나 하고 가세요."라고 말해줬다. '아름다운 동행'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모든 의사들은 본질적으로 선하게 되어 있다.

 의사들이 이렇게 욕을 먹는데는 의사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가지 문제들 때문에 10억의 빚이 있었다. 월급을 받아서는 도저히 갚을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어렵사리 돈을 빌려서 충청도에 망한 병원을 인수해서 개원을 하게 되었다. 하루환자 30~40여명. 고통스러웠고 많이 고민하고 갈등했다. 환자 한명을 볼때마다 내 빚을 갚아주는 은인이라 생각했고, 3년간 365일 24시간 왕진을 다녔다. 착한사람이라는 평에 환자가 많이 늘었고, 5년만에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기적적이었다. 환자가 나 시골의사를 살렸으니 나에게 은인이었다.
 안동에서 개원을 했을때 나는 교만해졌었다. 그러다가 환자를 볼 때마다 놀이를 한가지씩 했다. 환자가 걸어들어 올 때 환자에 대해서 몇가지 추측을하고 문진을 하면서 맞는지 확인해보는 놀이였다. 환자에게 관심을 다시가지게 될 수 있었다.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만 가도 '머리결이 고우시네요~'와 같이 고객이 기분좋게, 원만하게 일이 처리될 수 있도록한다. 고객을 장사보다 높인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보다 높은가? 잠재의식의 문제이다. 의사 스스로의 마인드를 스승으로서의 의사냐, 테크니션으로서의 의사냐를 잘 생각해보고 자세를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 아마, 환자를 대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의사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시골의사 - 박경철

환자는 나의 은인 - 진심으로 대하라

   현재 정부가 개정하는 의료법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돈없고 아픈 의료보호 대상자들이 병원을 많이간다고 병원가는 횟수를 고작 몇 푼의 돈으로 제한하고, 영리법인의 병원을 허용하려고한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돈있는 사람만 병원을 가야 하는가?

Q. 의사로서 어떤 딜레마를 만났을 때 극복방법은 무엇인가? 
A. 딜레마를 만나면 누구나 두려움에 시야가 좁아지고, 고립된다. 그러지 말고 넓게 보야한다. 모짜르트는 창의력이 있었고, 살리에르는 다른이의 성공을 보는 눈이 있었다. 소양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예술, 문화에 관심을 가져라. 상상력을 키우고, 말, 소리, 몸짓, 신호, 부호와 같이 직관력을 키우고, 예술적 영감을 얻어라. 이것이 통챨력을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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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사포 같이 조곤조곤한 말소리로 진행된 강의는 어느새 청중을 빨아들이더니, 짧은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지나가 버렸다.

 시대가 변하면서 의사의 모습도 많이 변해왔다. 스승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도둑으로 전락하고는 있지만, 어쩌면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의사들의 마음속에는 환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미력한 의학의 힘에대한 원망과 그것밖에 해줄 수 없는 미안함. 그러한 삶과 죽음의 고리. 그 순환의 이치속에서 미력한 인간의 힘으로 바꿔보려하는 어리석고 오만한 존재로서 모두들 가슴속에 무거운 짐하나를 달고 살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의사란 과연 무엇일까?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블로그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blog.naver.com/donodons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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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필자가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강연을 듣고 자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내용이므로 실재 '박경철'님의 논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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