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인턴다이어리

병원 인턴, 삼신(三神)일 수 밖에 없는 이유

GAP 2010. 5. 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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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먹을 것을 향해 달려 들었다.

"쌤 많이 드세요."

수간호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오뎅 한접시를 내민다. 역시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살짝 눈치를 본다.

"아~, 원래 제가 군것질이나 이런거 별로 안먹는데요, 요즘에 이상하게 자꾸 먹을 것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멋쩍게 웃으면서,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아침 11시. 5시부터 빈속으로 일했는데, 배가 안고플리가 없다. 그래도 너무나 로딩이 많은 파트였기에 그런 변명도 생각나지 않는다. 엉덩이가 의자에 착륙하자마자 잠이들고, 먹을 것만 보면 달려든다. 머리를 씻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귀찮아서 오늘은 세수도 안했다.

"괜찮아요. 쌤. 원래 인턴은 삼신(三神)이라 잖아요.
먹을 땐 식신(食神), 엉덩이만 붙이면 잠든다고 잠신 또.. 뭐더라.."

미친듯이 오뎅을 먹어치우며 대답한다.

"일할 땐 병신이요."

주변에 계신 간호사쌤들과 기사님들까지 한바탕 자지러지신다. 

"아 머 꼭 그런건 아니고, 그런 농담 가끔씩 하시더라구요."

되려 미안해 하신다. 

"아, ㅋㅋ 원래 일할때 병신 맞아요."

웃음이 퍼지는 것도 잠시, 신경외과 병동에는 어김없이 또 알람이 울린다

"CPR A CPR A ICU"

환자의 심장이 멈추고, 환자에게 보호자에게 영겁의 시간이 시작된다.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던 것도 잠시. 다시 CPR 선봉에 서야 한다. 주치가 상황을 보며 의사결정을 하는동안, 인턴들은 누군가의 손발이 된다. 어제 잠을 4시간을 잤든, 2시간을 잤든, 한 숨도 잠자지 못했어도, 누군가의 생명이, 누군가의 가족이 이렇게 흔들리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배웠던 것을, 그 동안 몸에 익혔던 것을, 실수 없이 수행해야만 한다. 누가 뭐라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이 순간은 정말로 내가 신의 일부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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