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인턴다이어리

휴머노이드. 인턴.

GAP 2010. 5. 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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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의대를 들어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의사가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한과목의 전문과목을 가진 전문의가 되기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길다.  합해서 14년에서 16년 정도 걸리는 교육기간이 사람과 질병을 공부하기에 있어서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닐테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이 과정의 한가운데 있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쉽게 지나온 것만 같은 이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언제나 힘겹고, 버겁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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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예과 2년 or  일반 대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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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본과 4년 or(=)  의전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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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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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4년(예외, 가정의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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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군의관 3년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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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교수님께서 본과 1학년 수업시간 정신도 못차리고 졸고 있는 우리를 향해 하신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많이 힘들지? 나는 요즘도 시험치는 악몽을 꿔, '악~' 소리치고 깨고 나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휴~ 나 교수지?' 하며 안도에 한숨을 쉬지...
너네가 닥터(의사)가 되려면 아직 깜깜하네. 자 보자. "

 비어 있는 칠판 한쪽에 파란색 보드마카로 '전문의(닥터) - 인턴 - 학생(휴먼비잉)'이라고 쓰신다.

"닥터가 되기 위해서 사실 너네가 가야할 과정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아. 당장 다음주에 시험도 쳐야하고, 그다음주도 시험을 치겠지. 그러면서 스스로 내가 의사가 되어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아직 너네는 그냥 일반 사람이야. 휴먼 비잉. 수련과정도 거치고 경험도 쌓고 해야 '진짜 의사가 되는거지."

"근데, 그러고 보면 여기가 좀 애매해. 인턴!"
"인턴은 의사 자격증은 있는 것 같애. 근데, 아직 아는 것도 없고 일도 잘 못해. 그래서 아직 완전한 의사가 아닌거지. 그리고, 잘 씻지도 않고 지저분하고, 병원에 서식하고, 여기저기서 나타나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을 닮긴 닮았단 말이야. 사람... 인것 같애. 그래서 무엇 무엇을 닮았다의 -오이드를 붙여서 휴머노이드이지." 

휴머노이드.

교수님이 보았을 때 인턴은 아직 의사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그저 사람을 닮은 존재에 불과하다라는 농담이 자꾸 생각난다. 휴머노이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위생상태도, 사람답게 지낼 수는 없는, 그런 존재. 그렇게 일반인을 벗어나 제대로 된 의료인이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새벽에 병원엘리베이터를 내려오며, 스스로 다짐해 본다. 초심. 그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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