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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어디갔니? - 부산 안창마을 01 [부산갈만한곳/안창마을/부산볼거리/골목길/느린여행/부산여행]
너무 화창한 토요일 오후, 하늘의 구름마저 그림같다. 너무나 아름다워 비현실적이기까지한 하늘. 이번에 꼭 가보기로 했던 부산 골목 탐방(링크). 무작정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부산 안창마을로 향했다. 지하철 범내골역에 내려서, 마을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신나게 달려 오르막길을 올랐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버스 기사님께서 서계신 할머님께 앉아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 앉아주셔야 제가 편하게 운전할 수 있어요." 무섭게 달린다. 창 밖으로는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들이 스친다. 부산의 골목에서 자랐지만, 가슴엔 불안감이, 머릿속엔 묘한 기대감이 스친다. 지도라도 한번 보고올껄. 아무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가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 부산 안창마을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범내골 역 하차 → 29-1번 혹은 마을버스 1-1번 탑승 → 안창마을 하차
지하철 1호선 범내골 역 하차 → 29-1번 혹은 마을버스 1-1번 탑승 → 안창마을 하차
버스에서 내리니 8월 토요일 오후의 쨍한 햇살과 구름이 머리위를 번갈아 지나간다. 눈부신 하늘. 유난히 구름이 가깝게 느껴진다. 멀리 보이는 부산의 전경. 그리고, 소박한 마을의 전경. 조금전까지 전화를 하던 엑스피드 아저씨가 한숨을 내쉰다.
"아직, 이런 마을이 있었네."
내말이. 마을은 도심속 산위의 작은 분지에 형성되어 있다. 오목한 분지를 거목이 둘러싸고 있다. 한때는 나무가 너무 빽빽하고, 호랑이가 나오는 곳(범내골)이라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었는데, 6.25 피난민들은 그런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분지라서 그런지 마을에 있으니 여기는 다른 세상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을의 전경을 보고 싶어 골목길로 올라갔다.
뒤쪽의 큰 건물은 산 건너편 동의대학교의 기숙사이다.
호랑이는 어디갔니? - 부산 안창마을 01 [부산갈만한곳/안창마을/부산볼거리/골목길/느린여행/부산여행]
올라가면서 계속 놀라는 것은 내 탓만은 아닐것이라 생각해보지만, 자꾸 놀라게 된다.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길은 골목의 끝에 바다가 있었지만 이곳은 골목의 끝에 산이 있고 나무가 있다. 골목의 끝까지 올라가니 이건또 어느 집의 마당이다. 골목이 골목끼리 이어지는 미로가 아니라, 나뭇잎같이 점점 작아지면서 끝에는 대문없이 이어지는 타인의 공간이 있다.
하필 토요일 오후에 올것은 또 뭐람. 8월 한 낮의 더위에 집집마다 창과 문을 열고 더위를 식히는데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여간 송구스러운 것이 아니다. 다시 카메라는 가방에 넣었다. 그냥 걷자.
호랑이는 어디갔니? - 부산 안창마을 01 [부산갈만한곳/안창마을/부산볼거리/골목길/느린여행/부산여행]
하늘이 가까운 마을에는 지나가는 구름은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8월 햇살에 지친 지붕들도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한다. 구름을 밀어내는 시원한 바람에 빨래도 휘날리고, 조용한 토요일 오후가 지나간다. 골목길 그늘에는 더위를 피하시는 어르신들이 앉아 있다.
오기전에는 마을 구석구석 담벼락마다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마을에 와보니 그게 아니다. 골목을 구석 구석 돌아다니면 그냥 골목이 있고, 나는 낯선 침입자에 불과하다. 죄송한 마음에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온다.
안창마을은 부산에서도 오리고기로 유명한 동네다. 짜장면이 맛있는집도 있고 냉면이 맛있는집도 있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리고기를 먹으러 안창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나는 안창마을이 어디인지 잘 몰랐었다. 고 김선일씨를 통해 이 마을이 방송을 탔고, 작년에는 기무라 타쿠야(기무라 다쿠야)가 출연한 히어로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유명해진 계기는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되었던 안창고 프로젝트. 동의대 미대와 지역 미술가, 시민들이 협력하여 마을 구석 구석 벽화를 그리고 마을을 꾸미는 작업을 하였다. 그 그림들은 다음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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