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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립의대 해부학 실습해보니.. - 큐슈 의과대학 교환학생 해부학 실습기
1. 한국과 일본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 비교에 앞서..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해부학 실습을 한다. 아니 해야한다. 배워야 할것도, 해야할 것도 너무 많은 본과 1학년 1학기, 이때 해부학 실습의 무게감은 상상이상이다. 물론, 선배들도 그래왔고, 나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러고 있다. 그 후로도 2월이되고, 개강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해부학 실습실에서 포르말린 냄새가 번들번들 밀려나오면 여러 상념에 빠지곤 한다. 본과 2학년 때는 힘들었던 본과 1학년의 시간들이, 본과 3학년 때는 일본까지가서 했던 해부학 실습이, 본과 4학년 때는 실습을 돌면서 보았던 여러 죽음의 순간들과 장기 기증 및 시체 기증을 유언으로하신 담당 환자분을 기억해야 했다. 장기기증과 시체기증은 인간 생명 그릇인 육신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숭고한 일이라 교육 받아왔고, 언제나 해부학 실습에 앞서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 뜻을 기렸다. 그래서 올해초 방송된 "MC몽 의대가다"라는 프로그램의 여러가지 뒷이야기들이 그리 달갑지 않았었다. 1박 2일의 복불복도 아니고,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담당 PD가 장기기증 서약을 해야하고, 실패하면 나오는 연애인이 시체를 기증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분노와 같은 씁쓸함을 느꼈던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여튼, 사설이 길어졌는데, 일본 국립 큐슈 의과대학까지 가서 해부학 실습을 했었던 것은 여러가지 경험이 되었다. 해부학 실습 자체로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두나라의 해부학 실습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두 나라라고 거창하게 말을 하지만, 해부학 실습은 워낙 금단의 영역이라 국내 의대에서도 지역이나 학교마다 그 방법이나 순서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을 한국과 비교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은 각국의 상황이 다르고, 현재의 차이가 각 나라가 처해진 상황에 적응하면서 발생한 ‘다름’에 기인 한 것이지 결코 단순한 ‘우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비교를 하는 나 자신의 편견이나 오류등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2. 두 나라 해부학 커리큘럼 및 실습의 차이점
우선 큐슈대학의 해부학 실습의 커리큘럼은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해부학 실습 커리큘럼과 조금 다르다. 현재 모교의 해부학 수업은 예과 2학년 2학기 부터 시작해서 본과 1학년 1학기 까지 이어지며, 해부학 실습은 본과 1학년 1학기에 의학총론 1 블록(통합교과)으로 9주간 진행되는데 큐슈 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 수업과 함께 해부학 실습은 한 학기(5개월)에 걸쳐서 진행되어 실습 자체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또한 통합교과 과정에 따라 신경해부학을 해부학 수업 이후에 진행하는 모교와 달리 큐슈대학교에서는 해부학과 동시에 다른 실습시간에 신경해부학을 진행하였다. 이는 커리큘럼의 구성 및 실습기간의 차이때문으로 생각된다.
큐슈대학의 해부학 실습 환경은 모교보다 좋다. 의과 대학 건물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모교에 비해, 1층에 설치되어 있어 조명 및 환기가 유리했다. 실습 시간에는 실물화상기로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자료나 설명이 기둥마다 설치된 TV로 쉽게 볼 수 있었고, 천장에는 환기시설이 설치되어 계속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었다. 각 조별로 설치된 국소 집중 조명을 이용하여 어두운 부분을 관찰하는 것이 용이하였다. 도구로는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전기톱, 망치와 정, 톱, 프로브 등이 추가적으로 있어서 단순히 포셉이나 칼로는 박리해서 관찰하기 힘든 부분도 볼 수 있다. 또한 두건, 앞치마, 토시, 장화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각 조가 4명으로 이루어져 모두가 각자 열심히 실습을 하였다. 실습조의 인원이 작은 만큼 각자가 더 열심히 해부학 실습을 시행해야 했다. 해부의 방법적 측면에서도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자세한 서술은 하지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차이에 의하여 해부학 실습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모교에서의 해부학 실습은 학업 시간적 여유의 부족으로 해당시간에 중요한 핵심 구조물을 찾고,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등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분위기인 반면 큐슈대학에서의 해부학 실습은 상당한 여유가 느껴져서 해당부위를 해부하면서 핵심 구조물과 함께 책에 이름이 붙어있는 모든 구조물들을 각자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해부학 실습책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전부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오후 자유 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실습하는 모습도 새로웠다. 하지만, 각 조별로 진도가 차이가 많이 났으며, 진도가 쳐져서 심지어 교수님이 수업하신 부분과 전혀 동떨어진 부분만 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실습시간에 많은 것을 공부해서 그런지 예습은 조금 부족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본 국립 큐슈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에서 좀 더 다른점이 있었다면, 실습실 한쪽 벽에 각 조별로 배치된 카데바(시신)의 이름과 나이, 성별이 적혀있었다. 해부제를 지내는 날 외에는 이름 없는 카데바를 접해왔기에 낯설었다. 게다가, 모교에서는 카데바의 평균연령이 대부분 50대 ~ 80대인 반면, 큐슈의대에서는 대부분 80대 후반 ~ 100대 초 중반이라 훨씬 높았다. 장수 국가의 면모를 해부학 실습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본과 2학년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앞둔 상태에서, 학년으로는 2년 정도 후배인 조원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었는데, 이전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가끔씩 물어보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일본 사람의 꼼꼼함이나 세심함, 성실성은 내가 더 배워야 하는 항목이라 생각되었다. 조금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기존에 사용해왔던 많은 의학용어들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 의학용어였고, 음도 상당히 유사했다. 일본어를 거의 못하지만 조원들끼리 설명하고 있으면 몇몇 단어들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영어 의학용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듯 했다.
3. 국적은 달라도 느껴지는 동질감
나는 일본어를 거의 못하기에 여러가지로 소통하는 것이 곤란했다. 하지만, 생활이나 배우는 것에서 상당부분 공통의 화제를 찾았기에 동질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모교의 많은 학생들처럼 큐슈의대의 많은 학생들이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었다. 후쿠오카에 원래 살던 학생들은 조금 멀어도 통학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 과목의 학점이 Pass / Fail 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점적인 측면에 있어서 경쟁은 약했다. 스스로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열심히하고, 아닌 학생들은 적당히 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학과외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활동에도 열심이었습니다. 또 1~2학년부터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도 많이 있었다.
▶◀ 고귀한 인체의 해부를 의학의 발전 및 의학도의 교육을 위해 허락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1. 한국과 일본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 비교에 앞서..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해부학 실습을 한다. 아니 해야한다. 배워야 할것도, 해야할 것도 너무 많은 본과 1학년 1학기, 이때 해부학 실습의 무게감은 상상이상이다. 물론, 선배들도 그래왔고, 나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러고 있다. 그 후로도 2월이되고, 개강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해부학 실습실에서 포르말린 냄새가 번들번들 밀려나오면 여러 상념에 빠지곤 한다. 본과 2학년 때는 힘들었던 본과 1학년의 시간들이, 본과 3학년 때는 일본까지가서 했던 해부학 실습이, 본과 4학년 때는 실습을 돌면서 보았던 여러 죽음의 순간들과 장기 기증 및 시체 기증을 유언으로하신 담당 환자분을 기억해야 했다. 장기기증과 시체기증은 인간 생명 그릇인 육신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숭고한 일이라 교육 받아왔고, 언제나 해부학 실습에 앞서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 뜻을 기렸다. 그래서 올해초 방송된 "MC몽 의대가다"라는 프로그램의 여러가지 뒷이야기들이 그리 달갑지 않았었다. 1박 2일의 복불복도 아니고,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담당 PD가 장기기증 서약을 해야하고, 실패하면 나오는 연애인이 시체를 기증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분노와 같은 씁쓸함을 느꼈던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여튼, 사설이 길어졌는데, 일본 국립 큐슈 의과대학까지 가서 해부학 실습을 했었던 것은 여러가지 경험이 되었다. 해부학 실습 자체로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두나라의 해부학 실습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두 나라라고 거창하게 말을 하지만, 해부학 실습은 워낙 금단의 영역이라 국내 의대에서도 지역이나 학교마다 그 방법이나 순서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을 한국과 비교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은 각국의 상황이 다르고, 현재의 차이가 각 나라가 처해진 상황에 적응하면서 발생한 ‘다름’에 기인 한 것이지 결코 단순한 ‘우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비교를 하는 나 자신의 편견이나 오류등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큐슈 의대 (의학부 기초연구A동?)
2. 두 나라 해부학 커리큘럼 및 실습의 차이점
2006 한국 의과대학교 |
2007 일본 국립 큐슈 의과대학교 |
|
1. 기간 |
(실습) 본과 1학년 1학기, 9주 |
(실습) 예과 2학년 2학기, 5개월 |
2. 조별인원 |
8명 → 5~6 명 (08~09) |
4~5 명 |
3. 해부학 수업 및 신경해부학 |
해부학 수업 → 실습 → 신경해부학 수업 → 실습 |
해부학/신경해부학 수업 및 실습 동시 진행 |
4. 장단점 |
과중한 신체적, 학업적 부담, 시간적 여유 부족 |
신체적, 체력적 여유, 예습 부족 |
우선 큐슈대학의 해부학 실습의 커리큘럼은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해부학 실습 커리큘럼과 조금 다르다. 현재 모교의 해부학 수업은 예과 2학년 2학기 부터 시작해서 본과 1학년 1학기 까지 이어지며, 해부학 실습은 본과 1학년 1학기에 의학총론 1 블록(통합교과)으로 9주간 진행되는데 큐슈 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 수업과 함께 해부학 실습은 한 학기(5개월)에 걸쳐서 진행되어 실습 자체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또한 통합교과 과정에 따라 신경해부학을 해부학 수업 이후에 진행하는 모교와 달리 큐슈대학교에서는 해부학과 동시에 다른 실습시간에 신경해부학을 진행하였다. 이는 커리큘럼의 구성 및 실습기간의 차이때문으로 생각된다.
큐슈대학의 해부학 실습 환경은 모교보다 좋다. 의과 대학 건물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모교에 비해, 1층에 설치되어 있어 조명 및 환기가 유리했다. 실습 시간에는 실물화상기로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자료나 설명이 기둥마다 설치된 TV로 쉽게 볼 수 있었고, 천장에는 환기시설이 설치되어 계속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었다. 각 조별로 설치된 국소 집중 조명을 이용하여 어두운 부분을 관찰하는 것이 용이하였다. 도구로는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전기톱, 망치와 정, 톱, 프로브 등이 추가적으로 있어서 단순히 포셉이나 칼로는 박리해서 관찰하기 힘든 부분도 볼 수 있다. 또한 두건, 앞치마, 토시, 장화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각 조가 4명으로 이루어져 모두가 각자 열심히 실습을 하였다. 실습조의 인원이 작은 만큼 각자가 더 열심히 해부학 실습을 시행해야 했다. 해부의 방법적 측면에서도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자세한 서술은 하지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차이에 의하여 해부학 실습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모교에서의 해부학 실습은 학업 시간적 여유의 부족으로 해당시간에 중요한 핵심 구조물을 찾고,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등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분위기인 반면 큐슈대학에서의 해부학 실습은 상당한 여유가 느껴져서 해당부위를 해부하면서 핵심 구조물과 함께 책에 이름이 붙어있는 모든 구조물들을 각자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해부학 실습책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전부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오후 자유 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실습하는 모습도 새로웠다. 하지만, 각 조별로 진도가 차이가 많이 났으며, 진도가 쳐져서 심지어 교수님이 수업하신 부분과 전혀 동떨어진 부분만 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실습시간에 많은 것을 공부해서 그런지 예습은 조금 부족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본 국립 큐슈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에서 좀 더 다른점이 있었다면, 실습실 한쪽 벽에 각 조별로 배치된 카데바(시신)의 이름과 나이, 성별이 적혀있었다. 해부제를 지내는 날 외에는 이름 없는 카데바를 접해왔기에 낯설었다. 게다가, 모교에서는 카데바의 평균연령이 대부분 50대 ~ 80대인 반면, 큐슈의대에서는 대부분 80대 후반 ~ 100대 초 중반이라 훨씬 높았다. 장수 국가의 면모를 해부학 실습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본과 2학년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앞둔 상태에서, 학년으로는 2년 정도 후배인 조원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었는데, 이전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가끔씩 물어보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일본 사람의 꼼꼼함이나 세심함, 성실성은 내가 더 배워야 하는 항목이라 생각되었다. 조금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기존에 사용해왔던 많은 의학용어들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 의학용어였고, 음도 상당히 유사했다. 일본어를 거의 못하지만 조원들끼리 설명하고 있으면 몇몇 단어들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영어 의학용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듯 했다.
3. 국적은 달라도 느껴지는 동질감
나는 일본어를 거의 못하기에 여러가지로 소통하는 것이 곤란했다. 하지만, 생활이나 배우는 것에서 상당부분 공통의 화제를 찾았기에 동질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모교의 많은 학생들처럼 큐슈의대의 많은 학생들이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었다. 후쿠오카에 원래 살던 학생들은 조금 멀어도 통학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 과목의 학점이 Pass / Fail 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점적인 측면에 있어서 경쟁은 약했다. 스스로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열심히하고, 아닌 학생들은 적당히 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학과외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활동에도 열심이었습니다. 또 1~2학년부터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도 많이 있었다.
일본 큐슈 국립 대학 병원 - 새건물
국내의 대학도 아니고, 글자도 말도 다른 나라의 의과대학의 해부학 수업 참가는 분명 두 학교의 여러 교수님들의 많은 노력의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연구시설관람과 병원 시설 소개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의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일본 의대의 교환학생으로서 기간이 전부 꿈은 아니었나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이전까지 일본에 대해서 친하게 느끼고, 여러가지를 안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일본어는 못하지만, 성장하면서 일본문화를 많이 접해왔었고 일본과 관련된 책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정말 작은 부분에 불과 하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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