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이름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일본 출신으로 세계적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으로 그의 독특한 건축물들은 아주 인상적이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권투선수 활동을 하다가 독학으로 건축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은 사색을 할 수 있는 기다란 벽과 담백한 느낌의 노출 콘크리트를 매우 특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도 그의 건축물이 몇 군데 있는데, 제주도 뿐만 아니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도 그의 작품이다.
원주 안도 다다오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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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 Museum SAN
안도 다다오가 8년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원주 뮤지엄 산의 '산'은 Mountain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Space, Art, Nature의 머릿글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뮤지엄 산이 어떤 테마와 가치를 가지고 설계되었는지를 함축적으로 뜻하는 이름이다. 공간과 예술과 자연의 조화. 사실 뮤지엄 산의 예전 이름은 '종이 박물관'이었고, 종이를 주된 제품으로 하는 한국 기업인 한솔의 박물관이었다. 여기에 제임스터렐관이 합쳐지고, 테마에 맞춘 전시를 함께 하면서 이름도 같이 교체되었는데, Space, Art, Nature에 더해 산 정상에 위치한 박물관의 특성까지 잘 나타내주는 이름으로 생각된다.
원주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30여분, 오르막길을 오르기전에 원주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땅이 보이고, 이내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이내 나타나는 간판은 오크밸리. 오크밸리 역시 한솔 기업의 골프장과 스키장이 있는 리조트의 이름이고 뮤지엄산은 그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간판이 보이고 돌벽이 시선을 가린다. 차분하게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돌벽을 따라 돌면 주차장이 위치한다.
뮤지엄 산의 리셉션은 마치 고급 호텔이나 골프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키를 한참 넘기는 돌벽들이 아늑함을 주고, 한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리셉션으로 들어간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표를 끊고 벽을 따라 걷는다. 분명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라고 했는데, 콘크리트만으로 만들어진 벽이 아니라 돌벽이 나를 마주한다. 설명에 따르면 이 돌들은 파주석, 즉 파주에서 캐온 돌들이며, 땅의 특성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한솔 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리셉션과 작은 예술 상점을 지나서 다시 안쪽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내려쬐는 직사광선을 피해 마련된 우산을 들었다. 때마침 도슨트 투어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고즈넉하게 다다오의 사색을 즐기고 싶었다. 높은 파주석으로 가려진 돌담을 지나면 정원이 나온다. 정원의 시선은 강렬한 붉은색의 키네틱 아트로, 무한한 경계를 보이며 그 뒤로 담벼락과 어깨를 같이하는 주변의 산봉우리들로 시선이 이어졌다.
키네틱 아트의 제목은 '새'. 시간을 들여 붉은색의 날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감상했다. 천천히 천천히. 절묘한 균형으로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는 '새'의 아래로는 패랭이 꽃들이 피어 있다.
걸음을 옮겨 자작나무의 숲을 지나자 조용한 수면과 다다오 특유의 수평적 담벼락이 나타났다. 그 위로 고개를 내민 새빨간 조형물이 궁금증을 더했다.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담벼락이 끝난 지점에서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다다오의 건축과 화려하면서 동적인 조형물과 마주할 수 있다.
이 조형물의 이름은 '게' 키네틱아트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양옆에는 고요한 수면이 조용하게 뮤지엄 산의 반영을 보여주고 있다. 파주석으로 장식된 외관은 아직 낯설었지만,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뮤지엄산으로 들어갔다.
입구로 들어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내벽을 따라 걸었다. 아까전에 보았던 담벼락이 실내에도 이어진듯 했고 그 담벼락 위 조그만 틈을 통해 반사되는 자연광으로 회색의 벽채는 은은한 금빛을 띄었고, 세상과 격리된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어쩌면 산 정상에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로만 구성된 건물이 있다면 그게 더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파주석에서는 은은하 빛이 감돌았다.
1관은 종이와 관련된 여러가지의 것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징적인 공간과 종이를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는 이곳을 찾는 많은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듯했다. 전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이런 종이는 우리 역사에 어떻게 쓰여왔는지, 우리 문화에, 우리 일상에 종이가 얼마나 가까이 와 있었는지 전해주고 있었다. 1관을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2관으로 이어 졌는데, 종이와 관련된 테마도 주기적으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돌의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경주 왕릉에서 모티프를 받았다는 돌의 정원은 이색적인 느낌을 제공한다. 마치 달의 표면과 같은, 삭막하면서도 낯선 공간속에 초현실적인 조각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순례길을 따라 걸으면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에 이 건물은 별도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제임스 터렐관이다.
시간에 맞춰 입장한 제임스 터렐관은 기존의 전시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한다. 시간당 20여명의 관객, 그리고 16000원의 추가비용. 가족끼리 여행을 온 경우 제임스터렐관의 관람에 대해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내부를 사진 찍을 수는 없지만, 색다른 전시의 체험을 하고 싶거나, 뮤지엄 산을 방문한다면 이곳을 꼭 방문하길 바란다.
▶ 뮤지엄 산 공식 홈페이지 http://museumsan.org/index.js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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