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으로 떠났던 이유는 다이빙이었다. 북마리아나 제도 Northern Mariana Islands (NMI),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CNMI)에 해당하는 사이판섬과 티니안섬은 따뜻한 남국의 정취를 안겨준다. 나는 사이판 섬의 그로토와 오비안 해변에서, 라우라우 해변에서, 반자이 클리프 근처 바다에서, 티니안 인근의 배위에서 바다로 반복해서 뛰어들었다. 바닷물은 한 없이 맑고 투명했다.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투명한 바다는 부유물이 거의 없었고, 바다에 끝없이 깔린 산호와 신비로운 바닷속 지형을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위한 마지막 휴식을 겸해서 사이판 섬의 주요 관광 명소를 구경했다. 내가 보았던 사이판의 특별한 장소, 남겨진 추억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사이판 여행코스 추천 (1) 정글투어
타포차우산 정상 (콘크리트 지저스),
산타루데스 성당의 성모상, 제프리 비치
사이판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리조트 위주의 가족여행일 가능성이 높다. 일년내내 따뜻하고 평온한 기후와 편리한 리조트 시설, 삼시세끼를 모두 숙소에서 해결한다면 나름 경제적인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리조트를 벗어나서 낯선 이국의 땅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호텔 프런트를 통해 아시아 렌터카에서 도요다 FRJ 크루저라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빌렸다. 그리고, 내가 다녀온 곳들은 사륜구동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패키지를 통해서 여행을 온 경우 "정글투어"라는 이름들로 아래의 지점들을 관광하는 것 같았다. 어떤 형태이든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1. 타포차우산 정상 (Mt. Tapochua), 콘크리트 지저스(Concrete Jesus)
사이판 섬의 중앙에는 타포차우산(Mt. Tapochua)이 위치하고 있다. 구글지도를 따라 평평한 도로에서 타포차우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향했다. 처음에 포장되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으나 이내 비포장 급경사의 길들이 나타난다. 급경사의 길을 앞두고 자동차의 기어를 사륜구동으로 전환했다. 조심스럽게 언덕길을 오르며 정글같은 나무사이를 지나자 키작은 풀들이 있는 언덕위로 올랐다. 안개가 자욱했고,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곳 타포차우산 정상에는 '콘크리트 지저스'라는 이름이 붙어진 흰색의 예수상이 팔을 벌린채 사이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스페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독일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어진 이 땅의 오랜 점령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사람들의 상처가 아물며, 바다의 삶을 보살펴 주길바라는 사이판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높은 기단위에 서있는 콘크리트 지저스는 실제로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흰색 예수상이다. 그래서 이름이 콘크리트 지저스이다. 타포차우산 정상에서는 사이판섬 전체를 돌아볼수 있다. 이 타포차우산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평지에 푸르른 녹음이 우거져있고, 저 멀리 티니안섬, 마나가하섬이 보인다. 또 새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미국 군함과 멀리 둥글게 보이는 수평선과 뭔가 특별한 느낌을 준다. 구글 지도에 이 지점에 대한 리뷰는 이렇다. "U can realize our earth is truly round. A must-go place." 사이판 타포차우산 정상, 그리고 콘크리트 지저스 아래에서 나는 지구가 정말로 둥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타포차우산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
둥근 수평선과, 새파란 바다위 미국 군함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다시 비탈진 경사길을 내려왔다. 천천히 운전한다면 비포장 언덕길 내리막 운전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요다 FRJ 크루저는 크고 듬직했다. 육중한 몸으로 경삿길을 움켜쥐고 내려오는 듯했다.
- 구글 지도에 Concrete Jesus 로 검색을 하고 네비게이션 모드를 활용하면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 반드시 사륜구동 자동차, 사륜구동 모드로 올라가야 한다.
- 주차시에 자동차 안에 가방, 귀중품을 남겨두지 않는다.
2. 산타 루데스 성당 성모마리아상 (Our Lady of Santa Lourdes Shrine)
산타 루데스 성당이 있는 이곳은 경건하며 신성한 분위기를 가졌다. 하늘을 가릴 듯이 자란 나무와 절벽, 입구 정면에 위치한 동굴, 그 안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우룸.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마실 수 있는 물이었을 것이다. 과거 스페인이 사이판 섬에 내렸고, 어떤 신부가 계시를 받고 우물을 발견하고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신의 계시를 받은 성수가 나오는 우물이었고, 사이판 유일의 우물이기도 하였다. 세계 2차대전시 폭격으로 사이판이 전부 초토화가 되었을 때에도 이곳만은 괜찮았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의 성스러운 기운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관광객을 위해서 개방하며, 일요일은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수가 나오는 우물은 마르지 않고, 수많은 이의 생명을 지켜주었던 것 처럼, 이 물을 바르면 불편한 곳도 치유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 도로가 좁고 주차가 어렵다. 입구를 조금 지나면 공터가 있어 조심해서 주차를 하면 된다.
- 입구에 친절한 설명 해주시는 기념품가게 사장님이 계신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사이판 주민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 기념품 : 건강을 기원하는 남녀 전통 인형이 특징적이다.
제프리 비치 - 사람얼굴이 보이나요?
3. 제프리 비치 (Jeffrey's Beach)
산타루데스 성당을 찾아 가는 것이 커피라면 제프리 비치를 찾아가는 것은 TOP다. 구글맵과 지도를 참고해서 인적 드문 길을 달리다가 왜 제프리비치로 들어가는 길이 없을까 싶을 때 정글 속으로 조그만 입구가 보인다. 포장되지 않은 샛길에는 물이 고여있고 진흙탕이어서 먼저 걸어서 들어가 보았다. 자동차가 들어갔던 바퀴자국을 보고 용기내어 정글속으로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았다. 늘어뜨려진 나무의 가지가 자동차를 두드린다. 진흙바닥에 자동차가 밀릴까 천천히 들어갔다. 조그만한 공터가 나오고 1대의 자동차가 그곳에서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샛길을 따라 걸어가면 양옆이 바위로 안겨진 조그만 바위 해변이 나타난다. 제프리비치, 예전에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로, 최재성이 뱀을 잡아먹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사이판에는 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어부가 조용한 해안에서 그물을 던지며 물고기를 잡고 있었고, 한마리의 개가 그 옆을 지켰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악어의 모습을 한 바위가, 오른쪽에는 남자의 얼굴을 한 바위가 있었고, 해변의 바닥은 거대한 바위가 평평하게 깍여져 있었다. 정글과 바위로 둘러싸인 조용한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알 수 없는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꼈다.
- 반드시 사륜구동
- 길찾기가 어렵다. 대신 찾았을 때 만족도가 높다.
- 지도를 보고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입구가 보인다. 천천히 정글로 들어가면 운전은 어렵지 않다.
4. 칼라베라 동굴 (Kajabera Cave)
칼라베라는 "해골"을 뜻하는 차모로어이다. 스페인인에게 대량으로 학살당한 사이판 원주민들의 해골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혹자는 이곳이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일본군이 야전병원으로도 이용한 공간이며, 미국군이 상륙했을 당시에 차모르인들이 숨었던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 정글속에 위치하여 길찾기가 어렵다.
- 방문시 랜턴 준비
정리를 하다보니 정글투어와 비슷한 코스가 나왔다. 사이판은 잘 포장되어 있는 볼거리가 많지 않았고, 길찾기에 어려움이 있어 정글투어를 많이 이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누군가 해주는 것과 본인이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없다고 해서 그곳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렌터카를 이용하여 직접 운전하며 사이판의 곳곳을 여행했다. 인적이 드물고, 길찾기가 어려워 순간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기도했고, 진짜 탐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흥분되기도 하였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비포장 도로를 한참을 달려야 했던 정글투어에 이어 아름다운 오비안 비치, 라우라우베이, 서쪽 해변에서 석양 보기, 만세절벽에서 별보기에 대해서 포스팅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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