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5-08) 울릉도에 다녀왔다. 몇일간 체류하면서 다이빙을 했는데, 울릉도의 바다는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고, 풍요로웠다. 평생을 바다 근처에서 살았지만, 내가 그동안 '홍합'이라 믿어 왔던 것이 '지중해 담치'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크기며 모양이며 지중해 담치와 닮은 듯 전혀 다른 생물이었다. 그러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홍합과 관련된 음식을 울릉도에서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홍합만 먹고 있을 수는 없었고, 나름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찾아 가게 되었다. 울릉도에서 유명한 음식들로는 홍합밥, 따개비밥, 오삼불고기, 울릉도 약소구이, 울릉도 오징어 물회 가 있었다. 결국 유명하다는 음식을 차례로 다 찾아서 먹었고, 먹었던 순서대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울릉도 맛집
저동항 근처
옛날 기사 식당
강릉에서 출발한 씨스포빌호는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한다. 포항과 묵호항에서 출발한 배들은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을 한다. 도동항과 저동항의 풍경은 사뭇 다르고, 도동항 주변이 좀 더 많은 식당과 까페가 존재 한다. 하지만, 울릉도에서는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있는 지역에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인지 대개의 음식점들이 비슷한 메뉴를 취급한다. 즉, 어느 식당을 들어가나 메뉴판은 비슷하다.
인테리어 역시 소박했다. 처음 테이블에 앉으면서 다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무엇을 주력으로 하는 곳인지 잘 알 수가 없었고, 울릉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식당의 메뉴판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정식(8000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들은 1만 5000원 선. 점심시간이라 이내 테이블마다 사람이 가득찼고,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듯한 해경들이 우리의 옆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래도, 현지인이 좀 더 이용하는 곳이 낫겠지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옛날 기사식당 메뉴
차분한 마음으로 메뉴판을 다시 보았다. 식사와 별미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무래도 현지인들은 식사를 관광객들은 별미를 찾게 되어 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사진만 보아도 울릉도에서 유명한 음식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며 기운을 내겠다며 오삼불고기를 주문했다. 울릉도의 신선한 오징어가 들어있을 오삼불고기를 생각하면 중간크기가 35000원도 뭐 어떠랴 싶었다.
기본 반찬
기본 반찬들이 테이블에 셋팅이 되었다
정확하게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 반찬은 아주 맛있었다.
옛날기사식당 - 오삼불고기
오삼불고기는 식당에 따라서 불판에서 좀 더 조리를 하면서 먹는 집도 있고, 이렇게 완전히 조리가 되어서 나오는 집도 있다. 이거는 중간 크기의 오삼불고기 였는데, 생각보다 양은 적었다. 오삼불고기가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하겠어,, 하고 먹었는데, 역시 별로 특별하지는 않았다. 어떤 식당에서는 지나치게 양념이 단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옛날기사식당의 오삼불고기는 그렇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평범하고 먹을만했다. 다만 오징어는 신선했고, 쫀득한 식감이 마음에 들었다.
기본 반찬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했다. 전반적으로 음식은 먹을만 했고, 어느정도 만족했다. 적어도 공기밥이 2000원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식당 아주머니의 논리대로 따개비와 홍합은 채취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다고 치더라도, 공기밥 1그릇에 2000원은 뭐랄까, 약간 사람을 치사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했다.
울릉도를 갔다와서 맛집 포스팅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유는 울릉도 식당들에서 느꼈던 불친절과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좋은 것들을 느끼고 좋은말을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안 좋은 말을 하려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나 처럼 단 한번 울릉도를 여행한 사람이 어떻게 울릉도 맛집 BEST를 골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점들이 이 집만의 특징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여행의 피로감으로 인해 나혼자 그렇게 느낀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고, 추가로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해보았다. 잠정적 결론은 울릉도의 대부분의 식당들이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일부 여행자들은 울릉도 식당에서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물류비나 여러 물가가 비싼편이고, 성수기와 비수기 손님수의 큰 차이로 인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여행자들을 위해서, 혹은 궁극적으로 울릉도에 여행자가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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