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쩍 책을 많이 읽었다. 기존에는 전공 관련 서적 위주로만 보았는데, 이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냥 책이라면 닥치는대로 읽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예전 책들. 그 책들 속에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중에 발견한 보물
일본 소설
햇빛 찬란한 바다
스즈키 코지
정신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신원 미상의, 아름다운 여인. 소설 속 몇 가지의 표현들이, 내 마음에 와 닿는다.
"모치즈키는 환자의 정신을 그 늪에 비유하곤 했다.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어둠을 간직하고 있다. 어둠에서 냄새가 피어오르면 주위사람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되고 환자는 정신병원을 찾아온다. 이때 의사의 역할은 늪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그 바닥 모를 늪을 세련된 주택으로 에워싸고 역겨운 냄새를 향기로운 냄새로 바꾸어주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비에 찬 그 늪을 저택으로 에워싸는 일이 곧 환자의 행복과 직결되느냐 하면, 그건 또 별개의 문제인듯 했다."
"주저와 고뇌와 그 모든 것을 깡그리 잊을 만큼 가혹하 노동의 나날이 계속되기를"
"자살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여 퇴원시킨 환자가 바로 다음날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예도 없지 않다. 모치즈키는 때로 후회하기도 했다."
"병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생활은 결코 편하지 않을 테지만 낙원을 꿈꾸는 삶이란 환상일 뿐임을 두 남녀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애매한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한 각오가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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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태로움과 연약함, 정신의 굳건함과 끈기, 부드러움을 미스터리 로맨스 기법으로 새롭게 표현 --- 시나 마코토(소설가,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 선정위원)
햇빛 찬란한 바다는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 그리고 입원중인 수수께끼에 찬 매력적인 여성을 사모하는 남자환자를 교차시키면서 전개된다. 그런데 돌연 소설은 해상에서 생활하는 남자들의 세계로 옮겨간다. 바다에 관한 묘사가 힘차고 박력있다. 정신병에 걸린 여성의 비밀이 참치잡이 배를 타고 있는 남자와 그 주변인물들의 갈등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등장인물들의 스토리가 감동적으로 수렴된다.
소설속에서 다루어지는 입원 환자와 그 환자가 관심을 갖게되는 한 여성, 그리고 정신과 의사를 둘러싼 두 여자의 대립, 성적 매력을 흠씬 풍기는 심리치료사가 그런 세계에서 흔히 있을 법한, 그러면서도 다소 굴절된 방식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이 상당히 탁월하다. 스즈키 코지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위태로움, 연약함, 그와 동시에 내재하는 정신의 굳건함과 끈기, 부드러움을 세찬 파도와 싸우는 뱃사람을 통하여 그리고 싶었던 것이리라.
스즈키 코지는 소설을 쓰고 싶어 견딜수가 없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래에 대한 준비로 많은 경험을 쌓고 문헌을 읽는 생활을 일상처럼 여겼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기쁨과 다이너미즘은 소설을 쓰는 행위와 동시에 그에 관련된 많은 지식과 힌트를 책과 문헌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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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코지
-링시리즈
어두컴컴한 물 속에서를 쓴
공포소설을 주로쓰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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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확률. 헌팅턴 병에 대해서 알아보자.
ko.wikipedia.org/wiki/%ED%97%8C%ED%8C%85%ED%84%B4%EB%B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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