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매경

[책]한 달에 한 도시,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남미편, 세계여행 책 후기 리뷰

GAP 2015. 9. 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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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남미편'을 다 읽고 나서 친한 지인에게 소개를 했다. "제가 세계 여행을 떠나는 로망이 있어서인지 이 책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듯 나를 쳐다 보는 지인에게 "아, 에어비엔비 이용해서 세계 여행 하면서 한달에 한 도시씩 살고 있나봐요."라 설명하니, 표지를 힐긋 보더니 "하.. 부럽다. 외국애들은 그런게 부럽단 말이야.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그런게 있어서. 자유로운 영혼인거지." 부러움 반 체념반 섞인 그의 푸념이 나는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 이거 우리 나라 애들인데요.." 라고 말했고,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는 듯 "응?" 그는 책을 펴서 넘겨보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도시 : 남미편

김은덕, 백종민 저

에어비앤비 세계여행 책 후기 리뷰




한 달에 한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대개 많은 학생들 처럼 나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책상앞에서 보냈다. 해가 뜨기전에 집을 나서서 별이 떠야 집으로 돌아오는 날들의 반복. 책상과 의자는 내 세상의 전부였고, 끝없이 책상과 의자와 필기구 따위를 품평하며, 교실 속 정글에 익숙해져 살아왔다. 나는 어렵게, 교실을 벗어났고, 우연히 길 위에 설 수 있었다. 그 뒤로는 틈만나면 5불당(5불당 세계일주 클럽, 하루에 5달러 미만 사용하면서 세계 여행하기)의 글을 탐독하며, 여행자의 삶을 동경했다. 어디에서 이들의 소식을 처음 접했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뉴스를 통해서였는지, 아니면 인터넷 이었는지. 우연히 에어비앤비를 활용하여 한 달에 한 도시씩을 살아가는 젊은 부부의 소식을 접하고 내 머릿속은 온통 부러움 뿐이었다.


한 달에 한도시 : 남미편 - 김은덕, 백종민 저


아마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 먹고 살 걱정만 없다면 한 달에 한 도시 씩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도쿄, 런던, 뉴욕, 상파울로, 리오데자네이루, 살바도르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보고 싶고 즐길 것이 가득한 풍요로운 여행자의 삶. 부러운 소식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전세금을 빼서 한 달에 한 도시씩 살아가는 여행자가 있다' 한층 업된 목소리로 이들에 대해 설명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아마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정상과 비정상. 평생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며 살아온 이들이게 여행자의 삶은 비정상이었고 낯설었으며 경계의 대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순간 나 역시 정상인의 편에 올라타고자, 나 스스로를 감추려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그들이 정상은 아닐것'이라며 비난에 합류했다. '아마도 돈이 많겠지, 먹고 살 걱정이 없겠지, 에어비엔비가 협찬해줬겠지, 작가나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겠지.' 일상을 벗어던지고 낯선 삶을 살고 있는 이에 대한 정상인들의 경계속에 나는 파묻혔다. 그 뒤로 꽤 시간이 지나서 카메라에 대한 정보들을 검색하며 나는 세계 여행을 준비하는 다른이들을 만났다. 일년 동안 떠나게 될 세계 여행을 준비하며, 새로산 노트북과 터프카메라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는 사람. 새것도 헌것으로 보여야하고, 자연스럽게 낯선이들의 삶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의 글을 보았다. (평범한 부부의 평범하지 않은 세계 일주 http://jmkang.tistory.com/ ☜)


여행은 너무나 쉽게 잊혀졌다.


나 자신의 여행도 너무나 쉽게 잊혀졌다. 나는 그저 몇 마디 말로 여행지를 압축했고, 그 순간의 울림과 감동도 잊은채 내 삶을 살았다. 여행자의 삶. 그건 타인의 삶이었고, 나는 내 일상의 삶을 살기에 바빴다. 일상에서 다시 이들을 소개해준 건 도서관이었다. ‘한달에 한도시:남미편’ 이라는 책을 집어들고, 시작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이들을 여행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가 있나 싶어서 질투하며 나는 이 책을 탐독했다. 책을 읽은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나는 조소했다. 실망의 연속. 이 부부는 여행보다는 서로의 감정 싸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10달러치의 음식에, 자신의 욕심과 감정 때문에 끝없이 괴로워했다. 낯설고 새로운 여행을 하며 이렇게 많이 싸우다니. 이런 글을 보자고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닌데,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짜증이나고, 이들이 한심해 보였다.



결국 나는 이 '사람'들이 보였다.


그렇게 미간을 찌푸리며 책을 읽다보니 결국 이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했던 것 처럼 아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 그런 ‘사람’들의 ‘대단한 용기’'특별한 여행'이 그때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요샛말로 ‘금수저’도 아니고, 먹고 살 걱정이 없는 ‘건물주’나 '할일 없는 '한량'도 아니었다. ‘에어비엔비’로 부터는 협찬을 받고 싶었고, 여행 비용과 먹을거리 때문에, 서로에게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다며 싸우는 그저 나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을 다녔다. 사소하게 때로는 크게 다투고 싸우며 서로를 의지했고, 매번 문제가 있을 때면, 기꺼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가끔은 아슬아슬하게 관계의 갈등을 해결했다.



한 달에 한도시 : 남미편 - 김은덕, 백종민 저


한 달에 한 도시?


한 창 일할 나이에 왜 떠났을까, 왜 한달에 한 도시이며,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일까. 그들은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라 대답했다. 사진위에 적혀있는 그 말에, 나는 많은 것들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많은 순간들을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선택을 했고, 그런 선택들의 가운데서 지금을 살고 있다. 가끔 어머니가 나에게 묻기도 했다. 위험한데 왜 다이빙 같은 걸 하냐고, 위험한데 왜 거기를 여행 하냐고, 끝없이 쓸모있는 것들과 해야하는 것들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삶을 두고 나는 여행을 떠났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기도 했었다. 부모님께서는 '지금도 일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끝 없이 필요에 선택당해 오셨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가슴한편이 시리다.



소셜매트릭스 - 사람들이 세계여행과 같이 떠올리는 것들



모험과 용기가 가득한 삶


이들은 자신의 자녀가 ‘모험과 용기가 가득한 삶’을 살기를 바랬다. 모험과 용기가 가득한 삶. 나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부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며, 지금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화려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 대는 것이 아니라, 한달씩이나마, 그 곳을 즐기며, 사람들 속으로 느긋하게 녹아들어가는 삶. 조금이나마 진짜 그 도시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자 했던 그들의 모험과 용기, 그들의 여행을 응원한다.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나는 그들의 여행을 훔쳐 보았다. ( 네이버 블로그 http://j_ale.blog.me/220468863731 ☜) 그들의 세계 일주는 지금 서울에서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여행자인척 그들의 '에어비앤비'에 한달쯤 머무르며 그들과 함께 하며, 모험과 용기가 가득한 여행 이야기를, 아니 서울살이를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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