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입원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

GAP 2007. 12. 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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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둘째주입니다. 이맘쯤이면 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은 2학기 기말고사를 치고, 어쩌면 학교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들을 보냈고, 참 무료하고, 무의미하다고도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수능이 내년으로 다가온 고등학교 2학년이나, 새로 마음을 다잡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시간을 이용하여 그동안 미뤄두었던 부분을 다시 복습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경우 졸업을 앞두고 할일도 없이 학교에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여중생들의 충격적인 대화를 들었습니다. 조용한 버스에서 대뜸 한 여중생이

"아~ 쒸. 입원하고 싶다."

라고 말을 하더군요.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도 안되고 궁금하기도해서 계속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중생 2명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 쒸. 입원하고 싶다. 학교 가기 열라 싫다. 딱 내일 입원하면 좋겠다.
 학교도 안가고, 맨날 맛있는 것 먹고. 놀고."

"이제 조금만 있으면 방학인데 방학내내?"
"아니~ ㅋ 딱 방학하면 바로 퇴원하고."
"요즘 학교가면 하는 것도 없는데~"
"그래도 학교가기 싫다. 내일 바로 입원해서 학교 안가다가, 방학 시작하면 퇴원해서 애들하고 놀고, 딱 개학하는 날 아침에 학교앞 횡단보도에서 살짝 사고나서 다시 입원하고 졸업식 전날 퇴원하면 좋겠다. ㅋㅋ"

 충격적이었습니다. 학교를 가기 싫고, 놀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다쳐서 입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누구를 보고 배운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사고가 나서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니... 제가 너무 세대차이를 느끼는 건가요? 다들 사고가 나서 아파서라도 학교를 안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문득, 뉴스에서 보여지는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꼭 무슨 일만 생기면, 멀쩡히 걸어다니던 사람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던 사람이, 병원 신세를 지고, 휠체어에 앉고, 환자복을 입고 침대위에 누워있던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나쁜 짓 저지르고 들통나면 병원에 갑니다. 누가 좀 보자고 하면 아프답니다. 휠체어 만큼 편하고 특권있는 의자는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상하게 여중생들의 대화를 듣는데, 그런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모 그룹 모 회장님, 또 다른 그룹의 다른 회장님과 어느당의 어느 국회의원님.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웁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이미 배워버린 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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