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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복하시기를 - 의대생의 정신건강

GAP 2008. 10. 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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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포스팅을 블로거 뉴스에 송고 해놓고, 베스트 목록에서 포스트 하나를 읽었다. "의대생활 힘들다며 자살했던 동기"라는 글을 보니 선배 그리고 친구의 모습이 눈에 스친다. 그리고, 꽃다운 나이 20에 생을 포기한 친구 여동생의 이야기를 TV 재연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된 씁쓸했던 기억들.. 나에게 2006년 가을과 겨울은 이별의 계절이었다.

 최근 부쩍 자살이 눈에 띄고 있다. 이름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은 연예인들이 최근 갑작스럽게 생을 포기하였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항상 타인에게 노출되어 있고, 흥행과 실패, 팬과 안티, 인기와 악플에 민감하기 때문일까? 아침 회진을 돌다가 보게된 TV 속보에 잠시 멈추어 섰던게 바로 얼마전이었다.

우울한 대한민국.

 옛말에는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사느니 죽는게 낫다"라고도 한다. 오죽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슬픔에 마음이 무겁다. 무엇보다 삶보다 죽음을 택하게 만든 것이 다름아닌 타인의 "입"이었다는 것에 너무 무섭다. '구밀복검'이라 했던가. 정말 혀 밑에는 칼이 달려 있나 보다. 그런데 이런 우울함이 비단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it

그래도 자살이 탈출구는 아니야.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의대생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지난해 이맘쯤 학교 신문사 편집장인 친구의 부탁으로 학교 신문에 냈던 조그만 글 하나를 다시 올린다. 물론 아래 글에서 말한 최근 조사는 2007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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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복하시기를..

 학생회 주최로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의 강연회(클릭)가 끝나고 싸인을 받기 위해 뛰어 나갔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첫 속지에 박경철 선생님은 ‘늘 행복하시기를. 박경철’이라고 짤막하게 싸인을 남겼주셨다. 경제 전문가로 많은 돈을 벌고, 철저한 시간 관리를 자랑하며, 뛰어난 글솜씨를 가지고, 지금은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으로도 활동하는 정력가가 후배 의대생에게 남기는 말이 ‘행복’이라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의대생들이 ‘행복’과는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늘 행복하시기를 - 박경철

  최근 시행한 의대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의대 본과생 10명중에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토대로 분석하면, 의대생 5명 중에 한명(20%)이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인 평균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 4.8%의 4배가 넘는 수치라고 한다. 또, 의대생의 우울증은 후유증이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전체 본과생의 약 1%가 현재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의대생 20%는 우울증 가능성 커


  과도한 학업량, 유급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음에 따른 고립감과 외로움, 급우끼리 치열한 경쟁, 암기식 공부, 성적으로 인한 잦은 좌절과 고립의 경험 등 학업스트레스가 의대생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학업을 위해 자취를 하는 생활환경 역시 의대생을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시험 후 열람실 자리를 정리 할 때는 알 수 없는 허무함이


  새삼 고백하자면 본과 생활은 힘들고, 공부해야할 양은 많다. 매번 시험을 칠 때마다, 간당간당한 성적을 볼 때마다 좌절하고 고민한다. 매일 아침은 밥 대신 커피로 시작하고, 마약도 아닌 것이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하루를 버틸 수 없다. 처음에는 이정도도 못해서 되겠냐는 생각에 공부가 되든 안되든 열람실에 앉아 있었지만, 그것도 학기가 시작 할 때 잠깐이고, 곧 시험성적에 스스로 실망한다. 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자괴감 속에서 많은 날들을 보낸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충 넘겨보자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의과대학

고독과 외로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의대를 가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의대에 와서도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너무 오래전부터 언젠가 올 미래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한고비 겨우 넘어갔다고 생각하면 더 큰 고비가 항상 기다리고 있다. 공부하는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많다. 왜 사는 걸까? 왜 오늘도 학교에 가고 있는 걸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언젠가 올 미래를 위해서?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그런 것 보다, 오늘 내가 즐거운 건 어떨까? 너무나 멀고 험해서, 다가가면 갈수록 멀리 있는, 그런 내일 말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빛나는 의대생으로써의 하루를 말이다. 다시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자. 오늘 배운 하나의 질병이 한 사람을 덜 아프게 만들고, 오늘 외운 한 문장이 한사람의 생명에 보탬이 된다면 어느 수업하나, 어느 문장하나 몰라도 되는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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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신문이었으니 망정이지, 지금 보니 웃기다. 요약하자면 아무리 공부하는게 힘들어도, 힘든 것에만 신경쓰지말고, 공부한거 나중에 쓸모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자. 이런이야기를 주구장창 써놓은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하다. 어이없다고나 할까? (변명을 하자면 이 글은 나 스스로의 다짐, 진짜 공부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석양.

아무리 인생이 혼자 살아가는 거라지만..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검사는 의대생 집단에서 얻어진 결과이지만, 나는 과도한 경쟁이나, 고립과 외로움이 의대생의 전유물은 아니라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서 생활하고,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학교와 직장에서, 과도하게 경쟁하고, 고립되고 외로워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은 단절되고, 이런 단절은 오해를 낳고, 이런 오해는 쓸모 없는 소문으로 확대 재 생산되고, 너무나 쉽게 말하고, 그러면서도 또 치열하게 경쟁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이 우울증을 만들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울증에 빠져서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짐이 너무 무겁다면 잠시 내려 놓고, 외로우면 친구에게, 가족에게 먼저 다가서고, 일상에서 소소한 작은 행복찾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손내밀어 주는 작은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 타인에게도 손내밀어 주는 큰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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